목록분류 전체보기 (96)
빛날

1 취향을 드러내는 일은 구별짓기다. 구별짓는게 뭐가 그렇게 어렵냐고 하면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의 뿌리에 대해 말해야 하나? 흔히들 말하듯이, 공동체를 강조하는 문화에서 돋보이는 건 수치이고 예의없음이고 배려심 부족이며 일종의 돌연변이다. 그래서 나는 책 좋아한다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한다. 책 좋아한다. 고 말하면 반응이 이상하다. 그래? 하며 종전과는 다르게 보는 사람. 오~ 하며 뭔가 대단하고 고상한 일이라도 하듯이 보는 사람. 집에 놀러온 사람들은 우리 집 거실에 책이 많은 것을 보고 놀란다. 앞서 말했듯이 대단하고 고상하게 보거나 고지식하고 진지한, 재미없는 사람으로 보거나. 양 극단의 느낌을 뿜어내는 상대방을 보고 있자면,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이상한 경험을 하곤 한다. 2 책을 읽는게 대단하고..

1. 요즘 U의 출근길에 동행하곤 한다. U는 출근, 나는 헬스장으로. 가는 길에 종종 그러듯이 U가 물었다. - 얼마큼 사랑해?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식상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말했다. -앞으로는 얼마큼 말고 어떻게라고 물어봐바. 잠이 덜 깬 채로 눈 비비고 가글만 하고 주섬주섬 옷 챙겨 너랑 같이 걸으려고 나온 것처럼, 그렇게 사랑해. 사실 생각했던 부분이 아닌데, 말해놓고 보니 흥미로운 발상이어서 기록하려고 한다. 2. '얼마큼'은 상대적이다. 좁쌀만큼은 나에겐 희미하지만 개미에겐 거대하다. 밥 한 공기만큼은 나에겐 하찮아 보이지만 배고픈 자에겐 귀하다. 인간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준 예수의 사랑을, '얼마큼'에 비유할 수 있을까? 비유했다 한들 그것은 가짜다. 비교한 순간 딱 그 크기만큼으..

1. 일기를 쓰다보면 문득 느낀다. 일기장에조차 100퍼센트 솔직한 것들을 드러내지 못한다. 일기장은 기록이고, 언젠가는 누군가가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내가 생각하는 치부는 가리고 싶다. 2. 사람이 다 그렇지 뭐, 라고 위안 삼기에는 별 도움이 되질 않는다. 솔직하고 싶다. 신랄하게 솔직하고 싶다. 이럴때면 내가 믿는 신을 생각한다. 그 분은 내 모든 걸 다 보고 있겠지. 솔직하다, 라는 말 따위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모든 걸 다 꿰어보고 있겠지. 3. 솔직하지 못하다, 라는 건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다. 남들은 어떤지 알 수가 없으니, 객관적인 평가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래도 가끔. ‘저 사람 되게 매력있다’하는 사람을 보곤 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지금 생각해봤을때. 나와 비교해봤을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