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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날
점심을 먹으며 TV를 봤다. '방구석 1열'을.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집 편이라서 눈여겨봤다.. 패널 중 한 명이 물어봤다. "당신 영화에는 '가족'이란 키워드가 많이 등장한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나?" (원래 질문이 이렇게 후지진 않았지만 정확한 워딩이 기억나지 않아 대충 쓴다. 진부하지만 누구나 궁금할 질문. 참고로 영화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그의 답변 중 인상적인 생각이 있었다. "비좁은 집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여도 자신에게 절실한 모티프를 깊이 파고 들어가다 보면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상적인 생각 또 한 가지. "이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역시 진부하지만 꼭 필요한 질문.) "아이가 생겼는데, 내가 아버지가 됐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더라. 엄..
조준구에 대한 앙심을 품고 떠나온 고향으로 돌아가는 서희 일행. 국밥집을 운영하며 용정촌의 구심점 역할을 한 월선네는 결국 죽고 그 세월이 홍이를 자라게 했다. 홍이가 성장하고 두매가 세상에 눈을 떠 가는 세월. 그 세월에 길상은 대륙으로 진출한 애국지사들의 칼끝과 그 궤적을 같이하려 한다. 허물어진 최참판댁을 일으키기 위해서라면 왜놈이든 되놈이든 가리지 않는 서희, 자신의 아내 행적에 대한 참회인지. 아비 없는 딸을 키우는 옥이네를 버려두고 번지르한 최참판네 장가든 자신의 휘어버린 사랑에 대한 참회인지. 길상은 저 넓디넓은 벌판으로 슬그머니 들어가 버렸다. 그 세월이 서희에게는 행운이었는지 불운이었는지. 용정촌에서 어느 정도 유지가 되고 공노인을 통해 조준구를 망하게 하고. 성공적이라 할만한 그녀의 복..
어느덧 7권이다. '토지'를 완독 하리라 마음먹고 1권을 산 것이 6개월 전. 새해를 맞이하며, 기억에 남는 부분을 여기에 기록하고자 한다. 늘 언행에 중심이 잡혀 있고 심지가 꼿꼿한 윤도집인데 어찌하여 환이에게만은 매번 신경이 곤두서게 되고 그러면은 신경이 바늘 끝으로 변하여 상대방을 찌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게 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럴 때마다 윤도집은 환이의 그 살기 어린 야유에 부딪친다. 살기나 야유가 두려웠던 것은 아니다. 칼을 뽑지 못하고 바늘을 뽑았다는 의식이, 소인배라는 자의식이 그를 부끄럽게 했고 자신에 대한 능멸감 때문에 견딜 수 없게 한다. 그럼에도 어찌하여 매번 환이에 대해서만은 늪과도 같은 도전의 유혹에 빠지는 건지 윤도집은 알 수가 없었다. 깊은 증오심도 없으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