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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날/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어요

<콜드워> Paweł Pawlikowski

gleamyday 2021. 1. 27. 14:37

1. 헤드룸의 확보와 내려찍음

우리에게 익숙한, 할리우드 스타일의 영화는 
헤드룸(프레임 내 인물의 머리 위 공간)을 면분할을 이용해 적절한 비율로 남겨두고
눈높이보다 아주 약간 높은 혹은 낮은 지점에서 촬영한다.

하지만 <콜드워>는 다르다. 다름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노래하는 줄라와 악단을 이끄는 빅토르. 그들은 역동적인 예술가의 삶을 사는 듯 보이나
실상은 냉전이라는, 시대의 바람에 휘둘리는 수동적인 꼭두각시들.

마음가는대로 살 수 없게 만들어버린 그 시대의 공기는
그들의 머리 위에 짖궃게 내려앉아, 눌러버렸다.

 

2. 같음 속의 다름

그 시절의 폴란드는, 독일은, 소련은  같음을 요구한다.

주변 이웃, 동료 모두가 같음의 언저리를 횡횡한다.

파티 속 저 많은 사람들 중 네가 내 눈에 띄었고

무대 위 댄서들 속 너만 눈을 뜨지 못했다. 

감독은, 

같음 속의 다름을 발견하는 일. 이것을 사랑으로 정의하고 있다.

 

 

 

3. 과감한 내러티브의 생략

빅토르와 줄라는 서로 사랑한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냉전 앞에 쉽지많은 않다.

영화를 보고 있자면, 
관객의 입장에서는 불친절한 영화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궁금한 것들(빅토르의 고뇌, '어쩌다 망명을 택하게 되었는지' 혹은 줄라의 비밀 등)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카메라는. 끈질기게 두 사람의 관계만을 붙들어매 놓고선

툭 놔버린다.  

잉? 갑자기? 하는 순간들이 더러 있는 이유는.
그 시절의 무상함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그대에게 사랑을 고백하기에 앞서
제 자신의 신념을 고백해야 함을.
그 떳떳함을 드러내야 하는 세계에서
속마음은 자꾸만 움츠러들었을 터.

그들의 사랑 중간 중간이 푹 파여있음에도. 구덩이가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사랑의 절절함이 농축된 미장센이 담겨 있기 때문은 아닐까. 

감독의 불친절함이 외려 친절하게도
그들의 사랑을, 나에게. 가져다. 준다. 

 

 

이런 영화만 자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