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
나는 죽음을 사랑한다 본문
폐지 줍는 할머니
지하철 출입구에서 전단지 알바하는 할머니
노상에 돗자리 펴고 나물 판매하는 할머니
나의 할머니
생각해보면 유독 나는 할머니에게 약하다
알 수 없는 연민이 솟구쳐 올라온다
나의 할머니에 대한 기본적인 연민이 있어서 그런가
그러나 나의 연민은 할머니만이 아니다
오래된 빌딩
폐허가 된 주택
전깃줄이 얼기설기 흐트러진 골목길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오래된 것에 대한 애정이 있다
여행을 가서도 대놓고 자태를 뽐내는 관광상품을 뒤로하고
이런 것에만 눈길이 가다보니
남들이 보면 땅보러 다니나 할 수도 있겠다
나는 오래된 것을 좋아하나 보다
어허! 할머니에게 오래된 것이라니,
다시 말해야겠다.
나는 노쇠, 소멸, 죽음에 대한 연민을 강하게 느낀다
연민은 곧 사랑이다
그들에게 느끼는 감정은 곧 사랑이다
이 사랑은 나의 가족을 사랑하고
나의 예수님을 사랑하고
영화를 사랑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죽음(소멸, 노쇠, 연약 등을 통칭해 ‘죽음’이라 할란다)을
앞둔 것에 대한 사랑
죽음을 향해가는 것에 대한 연민
나도 너도 우리 모두는
남녀노소, 동물과 물건을 막론하고
우리 모두는 결국 소멸한다
내 사랑은 결국 에브리띵을 향한다
이 무슨 태평양같은 마인드인가
나는 인류애를 담을 그릇이 안된다
그럼에도 내 사랑의 시발점은 죽음이다, 하여
내 그릇이 조금 더 넓어지기를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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