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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gleamyday 2020. 2. 7. 14:58

 

누구나, 자신이 기억하는 평온한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차를 타는 게 좋았다.

 

명절마다 차를 타고 시골에 내려가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차를 5시간이나 타고 갔다는 이야기며 휴게소 들러서 구운 감자 먹었다는, 자랑 같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큰집인 우리 집을 원망하곤 했다.

 

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 여행처럼 느껴졌기 때문일까.

 

아빠, 엄마, 동생 그리고 내가 다 같이 차를 타면 세상 부러운 게 없었다.

 

특히, 집으로 돌아가는 차 뒷 자석에 누워 창을 통해 바라보던 세상.

 

차 속도에 맞춰 지나가는 불빛과 높이 솟은 건물들. 아무것도 안 보이는 시골길에서는 드문드문 비추는 가로등 너머로 반짝이는 별들까지.

 

차창을 통해 누워서 바라보던 세상은 너무나도 평온했다.

 

오죽했으면, 누워서 차창 밖을 보는 것만으로도 집에 다와 간다는 사실을 알았고

 

아버지 입에서 “다 왔다.”라고 말할 소리가 듣기 싫을 정도였으니.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

 

지금도 나는 지하철보다는 버스가 훨씬 더 편하다.

 

자리에 앉아 노랠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지쳤던 마음이 풀어지곤 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차 뒷 자석에 곤히 누워 창밖을 바라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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