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
<파리, 텍사스> Wim Wenders 본문
<파리, 텍사스>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리스트에 항상 올라온다.
어감도 좋지 않나? 파리, 텍사스!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왜 좋아했는지, 막연했던 생각이 조금은 정리가 됐다.
1
서너번 봤나? 그랬는데도 몰랐다.
트래비스가 영화 내에서 꽤 많이 울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볼때는 그의 마음에 좀 공감이 됐다.
뭔가 인생이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 때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르겠을 때
하지만 죽고 싶은 마음은 아닌, 그런 때.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
그럴때면 나는 내가 믿는 신이 있다는 '천국'에 가고 싶었다.
그곳에 가면 뭔가, 이 모든 문제의 실마리? 해결점? 이 있을 것만 같아서.
사실, 지금의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진 않아도 좋다. 해탈의 경지에 올라 잡념을 지울 수 있을 것만 같은 곳.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가는, 제로 베이스의 그 곳에 이르면 뭔가가 달라지진 않을까?
지옥같은 지금에서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다면, 그곳이 내가 찾는 이상향은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천국을 찾곤 했다.
트래비스가 찾았던 텍사스 사막 한 가운데의 파리.
그곳은 마치 어린 시절 내가 찾던 천국 같은 곳이었을까.
2
리뷰를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트래비스의 의처증? 헌터가 받았을 상처?에 공감하는 듯 했다.
그래서 트래비스와 제인을 싸잡아 욕하고
이런 영화를 만든 감독을, 이런 영화에 상을 준 칸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꽤 있어서 놀랐다.
글쎄...
내 짧은 견해로는 인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인 것 같다.
뭐, 취향과 의견은 존중한다.
하지만 내 나름대로, 감독의 입장에서 변명아닌 변명을 해보자면.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실수. 그것 자체가 이야기가 되진 않는다.
실수 그 자체는 하나의 이벤트이고 뉴스거리이지 이야기가 아니다.
실수를 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떻게 대처를 하고 어떻게 마무리 짓는지,
이것이 좋은 이야기와 그렇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는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입장에서 봤을 때
그들의 견해는 이벤트, 뉴스거리 그 자체에 집중한데서 나왔고.
이벤트를 가지고 이야기를 비판하는 건,
논리의 포커스를 잡지 못하고 말 그대로 싸잡아 비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와 불호는 있을 수 있으나
이 영화는 적어도 좋은 영화다.
이것은 반박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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