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는 비밀> Asghar Farhadi
1. 땅
어딜가나 인간의 욕구는 있다.
유한한 이 땅에서, 욕구는 항상 충돌한다.
충돌하는 그 중심에는 항상 무언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소유권의 다툼이다.
존재, 사물, 감정 등
그중에서도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실질적인 재물인 땅은
너무나 본질적이고 직관적인 것이어서
그래서 언제나 인간 역사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 영화에서도 땅 문제는 꽤나 비중있게 다루어진다.
라우라는 지주의 딸인듯 하다.
그리고 파코는 그 집안 일꾼의 아들.
땅을 두고 주인과 종을 가르는 것은
인간의 오랜 관습이다.
2. 비밀
극적으로 딸을 되찾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차 안에서 이레네(딸)는 아버지에게 묻는다.
왜 파코가 자신을 구하러 왔냐고.
알레한드로는 대답하지 못한다.
그가 대답하지 못한 것은
이레네가 라우라의 딸이자 파코의 딸이라는 사실
즉, 주인의 딸이자 종의 딸이라는 이중성에서 기인된 것은 아닐까.
우리는 이레네를 누구의 딸로 보아야 할까
라우라로 대표되는 지주의 딸
혹은 파코로 대표되는 일꾼의 딸
3. 또 다른 비밀
거리를 청소하는 일꾼들
그들이 뿌리는 물줄기 너머로
새롭게 생성된 비밀을 공유하는 현장을 포착한다.
비밀은 주인에게만 공유되는 것인가
생각해보면,
이레네가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안 것은 라우라가 말해준 뒤,
즉 주인이 허락한 뒤였다.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던 그 비밀을 지주의 가족들은 대충 눈치채고 있었다. 파코만 모르고 모두가 다 알던.
이제 또 다른 비밀
누가 이레네를 납치했는지는
또 다른 소유물로써 우리에게 전가된다.
땅에서 시작해서 비밀로 이어지는 인간의 욕구는
이 영화를 보는 우리 모두에게 공유되었다.
이제 우리는 택해야 한다. 주인이 될 것인가.
주인의 대척점에 설 것인가.
장르물이 아닌 드라마로, 의도가 다분한 드라마로 이 영화를 받아들이고 보니
해석이 모호해졌다.
두번 세번은 더 봐야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의 재미는 없어서...
두번 세번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알레한드로가 계속해서 언급하는 "하나님이 해결해 줄 것이다"와
파코의 땅이 '포도원'으로 이용됐다는 점
창 혹은 문을 프레임으로 이용한 미장센이 많이 보인 것은
좀더 생각해볼 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