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복잡한 이유

1.
현미경.
아주 작은, 굉장히 미세해서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게끔 한다.
망원경.
무척 큰 것임에도, 멀리 있어서 보이지 않는(보이더라도 손톱으로 가려지는) 것을 보게끔 한다.
두 가지 도구는 인간 시력의 한계를 보완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본다’는 행위를 ‘알다‘라는 관념으로 변환하자면,
두 가지 도구는
인간의 한계를 확장해주는 것이다.
둘 다 확대한다.
둘 다 끌어당긴다.
2.
확대하고 끌어당겨야만 보이는 것들.
매우 먼 것과 매우 작은 것.
멀다 와 작다.
동일한 개념이다.
먼 것은 작게 보인다.
작은 것은 멀게만 보인다.
작기에 멀고, 멀기에 작다.
멀고 작은 것, 작고 먼 것은 한 마디로 무지의 영역이다.
무지하기에 무시하는 존재다.
그렇다, 존재다. 존재라고 말하고 싶다.
멀고 작기에, 그래서 보이지 않아서 무시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
3.
그래서 무지라는 것은 굉장히 오만한 것이다.
분명 존재하는 것을 부존재로 선뜻 증명해버리니,
분명 존재하는 것의 본질을 멋대로 왜곡시키니.
무식하면 용감하다, 는 격언은 굉장히 과학적인 것이었다!
우리 지각의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왜곡은
굉장히 단순한 착각이지만
그래서 매우 치명적이다.
4.
세상이 복잡한 이유를 아는가.
왜 나의 삶은 이리도 복잡하고
왜 나의 삶은 이리도 꼬여있는지
답을 찾고 있는가.
세상이 복잡한 것은
세상이 복잡해서가 아니다.
세상을 지각하는 우리의 능력이 한계가 있어서
세상을 지각하는 우리의 능력이 빚어내는 왜곡 현상.
다시 말하자면
지각 능력의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왜곡 또는 그런 현상.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한 존재의 잘못된 설명.
5.
존재를 여러가지로 설명할 순 있다.
하지만 진리는 언제나 단순하다.
설명은 진리 밑에 붙는 살일 뿐.
단순함을 이해하기 위해 살을 붙였는데
이제는 그 살 때문에 본질의 단순함이 가려지는 아이러니.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세상이 복잡한, 복잡하다고 느끼는 이유다.
(뭐,,, 몇년 뒤에 보면 굉장히 낯부끄러운 글일 수 있다. 그래도 지금으로선 내 생각은 그렇다.)
언제나, 존재는 단순하다.
언제나 존재는 명료하다,고 말하는 게 더 맞겠다.